우리 아기는 생후 180일이 딱 되었을 때 이유식을 시작했어요. 보통은 소고기 먹이는 시점에 맞추려고 쌀미음을 조금 더 일찍 시작하는 엄마들도 많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그냥 딱 180일에 시작했어요. ㅎㅎ 부담되는 건 최대한 늦게 시작하자는 신조로..ㅎㅎㅎㅎ
사실 처음에는 이유식이라는 게 단순히 아기 밥 정도로 생각됐거든요. 근데 막상 시작하려고 알아보니까 이유식 세계가 정말 어마어마하더라고요. 왜 다들 이유식 준비를 제2의 혼수라고 하는지 바로 이해됐어요.
이유식 준비물, 왜 이렇게 많을까
특히 초보 엄마들은 아마 저처럼 될 가능성이 높을 거예요. 브이로그 보고, 블로그 보고, 맘카페 검색하다 보면 다 필요해 보이거든요. ㅎㅎ 저도 정말 열심히 검색했어요. 어떤 이유식 용기가 좋은지, 큐브는 어떤 브랜드가 좋은지, 칼이랑 도마는 따로 써야 하는지, 닌자초퍼가 그렇게 편한지, 이유식 냄비는 어떤 게 좋은지 그런 것들요.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장바구니가 엄청나게 커져 있더라고요. 결국 저도 거의 다 샀어요. ㅋㅋㅋ
어른 음식이랑 구분해서 써야 한다고 해서 이유식용 도마랑 칼도 따로 사고, 재료 잘게 다질 닌자초퍼도 사고, 아기 실리콘 식기들이랑 큐브 얼리는 실리콘 틀까지 하나둘 사다 보니 정말 살림이 엄청 늘어났어요. 그 당시에는 다 꼭 필요한 것 같았거든요. 근데 지금 돌이켜보면 솔직히 굳이 그렇게까지 다 살 필요는 없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초보 엄마 시절의 저에게 누가 그렇게 말했어도 아마 안 들렸을 거예요. ㅎㅎ 왜냐하면 그때는 다 필요해 보였거든요. 그리고 괜히 남들 다 하는 건 해야 할 것 같고, 그래야 제대로 이유식을 시작하는 느낌이 들었달까요.
드디어 시작한 첫 쌀미음
아무튼 그렇게 이유식 준비를 마치고 드디어 대망의 첫 이유식 날이 되었어요. 처음은 역시 쌀미음부터 시작했죠. 그리고 3일에 한 번씩 소고기 등 새로운 재료를 추가하면서 진행했어요.

요즘에는 이유식도 예전처럼 완전히 곱게 갈아주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 입자감을 살리는 걸 많이 추천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쌀미음을 그냥 시판 쌀가루로 만들지 않고 직접 쌀을 갈아서 만들었어요. 새로운 재료들도 너무 완전히 갈아버리지는 않고 약간은 식감이 느껴지게 만들려고 노력했고요. 지금 생각하면 참 정성도 대단했다 싶어요. ㅎㅎ 그때는 이유식 만드는 시간이 왜 그렇게 진지했는지 모르겠어요. 아기 먹일 거라고 채소 하나 손질하면서도 엄청 신경 쓰고 그랬거든요.
그리고 아직도 잊히지 않는 게 바로 쌀미음 첫입 먹던 날이에요. 평소에는 젖병으로 분유만 먹던 아기가 갑자기 숟가락으로 뭔가 건더기 있는 걸 먹으려니까 너무 낯설었던 거죠. 한입 먹더니 진짜 오만상을 쓰는 거예요. ㅋㅋㅋ 세상에서 제일 이상한 맛을 먹은 표정이랄까요. 입도 우물우물하고, 얼굴 찌푸리고, 혀로 밀어내고 정말 반응이 너무 웃겼어요.

지금 생각하면 너무 귀여운데, 그 당시에는 저도 엄청 긴장했었거든요. 혹시 이유식 거부 오면 어떡하지? 안 먹으면 어떡하지? 등등 별생각이 다 들었어요. 그래서 속으로 제발 한 입만 더 먹어줘라 하고 있었던 기억이 나네요. ㅎㅎ
다행히 저희 아기는 처음만 조금 어색해했을 뿐, 금방 적응하더라고요. 그 뒤로는 새로운 재료를 추가해줘도 정말 잘 먹는 편이었어요. 특히 소고기를 정말 좋아했어요. 처음 소고기 넣어준 날부터 반응이 너무 좋았거든요. 그리고 초록 채소나 주황 채소들도 생각보다 잘 먹었어요. 저는 쓰다고 뱉을 줄 알았거든요. 근데 브로콜리나 단호박 같은 것도 잘 먹고, 과일은 말할 것도 없이 정말 좋아했고요. ㅎㅎ 그래서 저는 이유식 거부 때문에 고생하시는 분들 보면 정말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운 좋게도 먹는 부분에서는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거든요.
근데 딱 하나 유독 싫어하는 재료가 있었어요. 바로 두부요. 처음 두부 넣어줬을 때부터 표정이 진짜 안 좋아지더라고요. ㅋㅋㅋ 먹기는 먹는데 너무 싫다는 얼굴이었어요. 근데 그게 너무 웃긴 게, 엄마인 제가 두부를 싫어하거든요. 진짜 어릴 때부터 두부를 별로 안 좋아했는데, 아기도 똑같이 싫어하는 거예요. 아니 두부를 먹어본 적도 없는 아기인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싶어서 너무 신기했어요. 이럴 때 보면 진짜 유전자의 힘이 있나 싶기도 해요. ㅎㅎ
긴장됐던 알레르기 테스트
그리고 요즘 이유식하면서 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알레르기 테스트잖아요. 예전에는 늦게 시작하기도 했는데, 요즘은 오히려 초기 이유식 시기부터 주요 알레르기 음식들을 빨리 테스트하는 분위기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달걀, 땅콩, 밀가루 같은 재료들을 시기에 맞춰 조심스럽게 테스트했어요. 근데 그때마다 진짜 긴장됐어요. 혹시 알레르기 반응 올라오면 어떡하지 싶어서요.
그래서 이유식 먹일 때마다 핸드폰도 옆에 두고, 진짜 심하면 바로 119 전화해야겠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었거든요. 괜히 인터넷에서 알레르기 후기 같은 걸 너무 많이 봐서 더 겁먹었던 것 같아요. 근데 정말 다행히 저희 아기는 특별한 알레르기 반응 없이 다 잘 넘어갔어요. 그때마다 얼마나 안도했는지 몰라요.
초기 이유식을 지나며 느낀 것
이렇게 초기 이유식 시기를 지나면서 저는 또 한 번 느꼈어요. 육아는 정말 끝없이 새로운 단계가 시작된다는 걸요. 신생아 시절 지나면 편해질 줄 알았는데 이유식이라는 새로운 세계가 열리고, 또 그 안에서도 재료 고민, 알레르기 고민, 먹는 양 고민이 생기더라고요. 근데 또 지나고 나면 그 시기만의 귀여움과 추억이 남는 것 같아요. 입 주변에 이유식 범벅 묻히고 오물오물 먹던 그 작은 얼굴이 아직도 너무 생생하거든요. ㅎㅎ
다음 글에서는 중기 이유식으로 넘어가면서 시작했던 자기주도 이유식 이야기를 한번 써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