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폐에서 뭐가 보인다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듣고 대학병원으로 전원을 의뢰하게 됐어요. 대학병원은 아무리 급해도 바로 진료를 볼 수 없는 거 아시잖아요. 그래서 또 예약을 잡아 놓고 기다려야 했는데, 그래도 그나마 분만 병원 담당 선생님이 본인이 계셨던 대학병원으로 의뢰서를 써 주셔서 일주일도 안 기다리고 바로 진료를 볼 수 있었어요.
대학병원에서의 초진
거기 가서도 또 초음파를 하고, 이제 대학병원이다 보니까 교수님이 직접 보시게 됐죠. 그래도 진단서에 써져 있던 것보다는 그렇게까지 심각한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하셨어요. 다만 이게 설사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엄마 뱃속에 있을 때 당장 뭘 치료해 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결국에는 태어나 봐야 정확한 상태를 알 수 있다고 하셨어요. 그 뒤에 치료가 필요하다면 어떤 치료를 해야 할지도 그때 결정할 수 있다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또 신생아과라는 곳에도 연결을 해 주셨는데, 거기서 나중에 아기가 태어나면 아기의 상태를 확인해 주시는 거죠. 그렇게 산부인과와 신생아과가 같이 협진을 하기로 했어요. 뭔가 아주 큰 위험은 아니라고 하니까 안심이 됐다가도, 그래도 나올 때까지는 정확한 걸 모르는 거니까 또 걱정이 됐다가… 참 마음이 복잡하더라고요.
대학병원 진료 분위기
근데 이제 제가 대학병원으로 전원을 했잖아요. 대학병원은 워낙 바쁜 곳이고, 진료를 한 시간 기다려도 실제 진료는 보통 몇 분이면 끝나고, 그런 분위기잖아요. 그래서 그런건지, 아니면 원래 CPAM 같은 경우가 딱히 해줄 게 없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초음파도 그렇게 자주 보지 않았어요. 저는 아기에게 이상이 있다는 소견이 있었기 때문에 좀 더 자주 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냥 2주에 한 번 정도로 보더라고요. 그래서 궁금한 것은 물어볼 수는 있었지만, 제 담당 교수님이 좀 카리스마 있는 스타일이셔서 그렇게 막 이것저것 많이 물어보지는 못했고, 그냥 “잘 있네요” 하면 “잘 있나 보다” 하고 나오곤 했던 것 같아요. 저는 처음에는 좀 따뜻하게 얘기해 주고 공감해 주는 의사 선생님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오히려 그렇게 똑부러지게 말씀하시는 선생님을 보니까 굉장히 냉철하고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해 주시더라고요. 그러니까 또 그게 나름대로 안심이 되고 믿음이 가는 부분도 있더라고요.
분만 방법에 대한 이야기
또 한 가지 기억에 남는 건 분만 방법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저는 사실 제왕절개를 더 많이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요즘에는 주변에도 제왕절개를 많이 하니까 자연스럽게 그렇게 생각하게 됐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나름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담당 교수님은 너무 당연하게 자연분만 쪽으로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혹시 제왕절개를 한다면 언제쯤 말씀드려야 하나요?”라고 여쭤봤었어요. 그랬더니 “38주 전까지는 이야기해 주셔야 하지만, 굳이 해야겠어요? 특별한 의학적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닌데 굳이 제왕절개를 할 필요가 있나요?”라고 말씀하셨어요. 그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그렇다면 자연분만 해보겠습니다.”라고 말하게 됐죠. 그리고 만약 아기가 나와야 할 예정일인 40주 0일이 되어도 양수가 터지지 않거나 진통이 오지 않으면, 그때 날짜를 잡아서 유도분만을 하기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제 아기에 대한 일이지만, 사실 많은 임산부들이 그럴 것 같아요. 직접 겪어 본 일이 아니니까 여러 선택지 앞에서 정말 갈팡질팡하게 되거든요. 자연분만이 맞는지, 제왕절개가 맞는지, 기다리는 게 맞는지, 빨리 결정해야 하는 건지. 그럴 때 이렇게 담당 의사가 방향을 딱 잡아 주는 게 저는 굉장히 편했어요. 그리고 또 한 번, 이 의사에게 믿음이 간다는 생각이 들었던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럼 저는 과연 40주 0일 전에 양수가 터져서 아기를 만나게 됐을까요? 아니면 40주 0일이 되어도 아기가 나오지 않아서 유도분만을 하게 됐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