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를 하다 보면 아기의 발달 단계 하나하나가 그렇게 기다려질 수가 없어요. 특히 초보 부모일수록 더 그런 것 같아요. 언제 웃을까, 언제 뒤집을까, 언제 앉을까 그런 것들이 마치 하나의 이벤트처럼 느껴지거든요. 저 역시 그랬어요. 100일이 지나갈 무렵부터는 자연스럽게 다음 발달 단계인 뒤집기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어요. 인터넷에서도 뒤집기 시기에 대한 이야기가 많고, 또 발달 체크처럼 몇 개월쯤 하면 좋다 이런 정보들이 워낙 많다 보니까 저도 모르게 은근히 신경을 쓰게 되더라고요.
뒤집기 연습을 열심히 시키던 시기
그래서 터미타임도 열심히 시키고, 장난감으로 시선 유도도 하고, 옆으로 돌아눕게 연습도 시키면서 나름 뒤집기 연습을 열심히 했었어요. 그런데 참 신기한 게 아기들은 그렇게 엄마가 열심히 시킬 때는 안 하고, 꼭 예상 못 한 순간에 갑자기 해내더라고요. ㅎㅎ 저희 아기도 계속 할 듯 말 듯했어요. 몸은 거의 넘어갈 것 같은데 마지막에 다시 벌러덩 돌아오고, 옆으로만 누워 있다가 끝나고 그런 식이었죠. 그래서 저는 아직 조금 더 걸리겠구나 생각하고 있었어요.
예상 못 한 순간에 성공한 첫 뒤집기
그런데 어느 날 정말 예상도 못 한 순간에 첫 뒤집기를 성공해버린 거예요. 그날 저는 아기 옆에 옆으로 움직이는 장난감을 하나 두고 잠깐 화장실에 갔었거든요. 그리고 다시 방으로 돌아왔는데, 분명히 등을 대고 누워 있던 아기가 엎드려 있는 거예요. 처음에는 진짜 순간적으로 오잉? 뭐지? 싶었어요. ㅎㅎ 제가 잘못 보고 나간 건가 싶기도 하고요.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분명 눕혀놓고 갔거든요. 그래서 바로 홈캠을 돌려봤어요. 그랬더니 아기가 장난감을 잡으려고 손을 뻗다가 몸 중심이 기울면서 우연히 뒤집기에 성공한 거 있죠. 그 장면을 보는데 너무 웃기고 귀엽고 신기한 거예요. 진짜 아기가 갑자기 한 단계 성장한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저는 너무 신나서 아기 궁디를 팡팡 두드려주면서 엄청 칭찬해줬어요. 잘했어, 잘했어, 우리 아기 뒤집기 드디어 성공했네!!! 하면서요. ㅎㅎ

근데 또 신기하게 처음 한 번 성공하고 나서는 다시 못 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 뒤로 하루 이틀 정도는 다시 예전처럼 옆으로만 돌아가다가 실패하기도 하고, 힘들다고 짜증 내기도 했어요. 그래서 역시 우연이었나 싶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정말 너무 자연스럽게 뒤집기를 하기 시작했어요. 아기가 뒤집기를 완전히 익히고 나니까 이제는 눕혀놓으면 순식간에 엎드려 있는 거예요. 그 모습을 보면서 참 대견하기도 하고, 진짜 많이 컸구나 싶어서 괜히 뭉클하기도 했어요.
뒤집기 지옥이라는 말을 이해하게 된 순간
그런데 문제는 밤부터 시작됐습니다. 사실 저는 임신했을 때부터 정말 많이 들었던 말이 있었거든요. 아기는 엎드려 재우면 안 된다는 이야기요. 그래서 뒤집기를 시작한 이후부터는 밤마다 긴장이 되기 시작했어요. 왜냐하면 저희 아기는 뒤집기는 할 수 있었지만, 아직 되집기는 못하던 시기였거든요. 그러니까 잠결에 뒤집었는데 다시 못 돌아오면 어떡하지? 그 상태로 얼굴을 파묻고 자다가 무슨 일 생기면 어떡하지? 그 생각이 드니까 밤에 저도 깊게 잠을 못 자겠더라고요.
조금만 부스럭거려도 눈이 번쩍 떠지고, 자꾸 아기 상태를 확인하게 됐어요. 그리고 또 뒤집기 지옥이라는 말이 왜 나오는지도 바로 이해하게 됐고요. ㅎㅎ 아기가 뒤집으면서 깨는 거예요. 자다가 갑자기 몸을 돌리다가 놀라서 깨고, 엎드린 상태가 불편해서 울고 그러면 저는 다시 가서 눕혀줘야 했죠. 근데 문제는 눕혀놓으면 또 다시 뒤집는다는 거예요. ㅜㅜ 정말 무한 반복이었어요.
다시 눕히면 다시 뒤집고, 다시 칭얼거리고, 다시 깨서 눕히고 ㅜㅜ 처음에는 저도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정말 고민을 많이 했어요. 뒤집기를 못 하게 막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밤새 붙어서 뒤집을 때마다 다시 돌려놓는 것도 한계가 있었거든요.
되집기 연습 시작
그래서 결국 저는 생각을 바꿨어요. 아기의 발달 자체를 제가 제어할 수는 없는 거니까, 최대한 빨리 되집기를 익힐 수 있게 도와주자 하고요. 그래서 깨어 있는 시간마다 되집기 연습을 많이 시켜줬어요. 엎드린 상태에서 다시 몸을 돌리는 걸 도와주기도 하고, 장난감으로 시선을 유도하면서 몸 방향을 바꾸게 연습시키기도 했죠. 그리고 밤에는 최대한 자주 상태를 확인하면서도, 어느 정도는 믿으려고 노력했어요. 이 시기의 아기들은 생각보다 고개도 잘 들고, 스스로 자세를 바꾸기도 하니까 너무 과하게 불안해하지 말자 하고요. 물론 말처럼 쉽지는 않았어요. ㅎㅎ 엄마 마음이라는 게 그렇잖아요. 괜찮다고 생각해도 계속 들여다보게 되거든요.
견딜만 했던 뒤집기 지옥
다행히 저희 아기는 걱정했던 것만큼 심한 뒤집기 지옥은 아니었어요. 밤중에 계속 깨는 스타일은 아니었고, 가끔 뒤집고 불편해서 울더라도 생각보다 금방 다시 진정되곤 했거든요. 그래서 인터넷에서 봤던 후기들처럼 밤새 몇십 번씩 깨고 그런 정도는 아니었어요. 정말 아기마다 다르긴 한가 봐요. 그래도 그 시기를 지나면서 저는 또 한 번 느꼈어요. 육아는 뭔가 하나 끝나면 평화가 오는 게 아니라, 새로운 단계가 계속 시작되는 과정이라는 걸요. ㅎㅎ 신생아 때는 신생아대로 걱정이 있었고, 100일쯤 되니 뒤집기라는 새로운 관문이 시작됐고요. 근데 또 그렇게 하나하나 지나고 나면, 그때는 그렇게 힘들고 긴장됐던 순간들도 결국 다 추억처럼 남더라고요. 지금은 오히려 홈캠 속에서 장난감을 잡으려고 낑낑거리다 우연히 뒤집기에 성공했던 그날 영상이 너무 귀엽고 소중하게 느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