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기는 전반적으로 발달이 빠른 편이었어요. 뒤집기나 배밀이, 네발기기 같은 단계들도 비교적 빨랐고, 특히 서기를 10개월쯤 시작했거든요. 그래서 저는 당연히 걸음마도 빠를 줄 알았어요. 마치 맡겨놓은듯이 ㅋㅋㅋ 진짜 자연스럽게 그렇게 생각했어요. 심지어 남편이랑은 돌잔치 때 아기가 걸어서 입장하는 거 아니냐고 웃으면서 얘기하기도 했거든요. ㅎㅎ
생각보다 늦었던 걸음마
근데 의외로 걸음마는 생각보다 훨씬 늦게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저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어요. 서기도 잘하고, 잡고 걷기도 잘하니까 금방 걷겠지 싶었거든요. 근데 돌이 지나고도 혼자서는 잘 안 걸으려고 하더라고요. 손을 잡아주면 걷긴 걷는데, 혼자 몇 걸음을 떼는 건 굉장히 조심스러워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저도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하는거죠. 육아하면서 자주 느끼는 건데, 원래 잘하던 분야(?)가 갑자기 늦어지면 부모가 더 불안해지는 것 같아요. 계속 빠르던 아기였으니까 당연하게 여겨져서, 저는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왜 갑자기 걸음마는 안 하지? 혹시 뭐 문제가 있나? 내가 뭘 잘못했나? 하면서 별생각이 다 들더라고요.
검색하고 비교하며 조급했던 시기
그래서 검색도 정말 많이 했어요. 그러다 보면 또 온라인에 특히 맘카페에는 여러 이야기들이 나오잖아요. 완벽주의 성향 아기들은 확신이 생길 때까지 안 걷는다, 신중한 아기들은 늦게 걷기도 한다, 최대 18개월 안에만 걸으면 괜찮다, 우리 아기도 18개월 다돼서야 걸었고 그때부터 날라다닌다 ㅋㅋㅋ 같은 이야기들이요. 그런 글들을 보면서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이기도 했어요. 근데 솔직히 말하면, 그래도 마음 한구석은 계속 불안했어요. ㅎㅎ
특히 더 힘들었던 건 주변 친구 아기들이 하나둘 걷기 시작할 때였어요. 심지어 저희 아기보다 뒤집기나 기기 같은 발달 단계가 늦었던 친구들까지 먼저 걷기 시작하니까 괜히 더 조급해지더라고요. 물론 겉으로는 아직 괜찮겠거니 했지만 속으로는 엄청 신경 쓰고 있었던 것 같아요.
매일 시켰던 걸음마 연습
그래서 저는 거의 매일 아기 걸음마 연습을 시켰던 것 같아요. 허리를 굽히다시피 해서 양손 붙잡고 걸어주고, 소파 사이를 오가게 유도하고, 장난감으로 이리오라고 하면서 몇 걸음 떼게 해보려고 하고요. 근데 저희 아기는 참 웃기게도 저한테 원하는 걸 달라고 찡찡은 하는데 다가오려고는 안하더라고요. ㅎㅎ 분명 설 수는 있고, 잡고 이동도 잘하는데 혼자 놓고 걷는 건 싫다는 느낌이랄까요. 몇 걸음 시도하다가도 금방 주저앉아버리고, 다시 기어가고 그랬어요.
처음에는 저도 계속 허리를 굽혀서 양손을 잡아주며 걷게 했었는데, 나중에는 그렇게 오래 잡고 걷게 하면 아기 팔이나 자세에 부담이 갈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아기가 스스로 중심을 잡으면서 걷는 연습을 하는 게 더 중요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그 이후에는 걸음마 보조기를 하나 사서 사용했어요. 집에서도 밀고 다니게 하고, 밖에 나갈 때도 차에 싣고 다니면서 틈날 때마다 연습할 수 있게 해줬어요.

처음에는 보조기를 밀면서도 엄청 조심조심 걷더니, 점점 속도가 붙고 재미를 느끼는 것 같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면서 저도 괜히 희망이 생겼어요. ㅎㅎ 그 시기에는 솔직히 제가 조금 조급했던 것 같아요. 아기가 준비될 시간을 기다리기보다는, 제가 원하는 시기에 해주길 바랐던 거죠.
결국 시간은 아기 편이었다
근데 결국 결과적으로 보면 정말 시간이 약이었어요. 아기는 나름대로 자기 속도에 맞춰 준비를 하고 있었던 건데, 저는 또 괜히 주변과 비교하면서 불안해하고 있었던 거더라고요. 그리고 정말 신기하게도, 어느 순간 갑자기 걷기 시작했어요. 그게 아마 16개월쯤이었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몇 걸음 어설프게 떼더니, 진짜 일주일도 안 돼서 뒤뚱뒤뚱 엄청 잘 걸어다니더라고요. ㅎㅎ 그 전까지 그렇게 안 걷던 아기가 맞나 싶을 정도였어요. 그 때 아기들은 준비가 되면 정말 순식간에 변하는구나 싶었어요.
아기가 혼자 걸어서 저한테 오던 순간은 아직도 기억나요. 집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었는데, 뒤뚱뒤뚱 중심 잡으면서 저한테 딱 세걸음을 걸어서 안겨오는데, 너무 신기하고 대견해서 남편이랑 엄청 박수 치면서 좋아했던게 아직도 생생해요 ㅠㅠ 그동안 마음 졸였던 시간들이 한 번에 사라지는 느낌이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저는 육아하면서 그 시기에 중요한 걸 하나 배운 것 같아요. 정말 심각한 발달상의 문제가 느껴지는 게 아니라면, 결국 아기를 기다려주는 것도 육아라는 걸요. 엄마가 아무리 조급해해도, 아기는 자기만의 속도로 성장하더라고요. 물론 필요한 자극과 연습은 해줄 수 있겠지만, 결국 해내는 타이밍은 아기 스스로 정하는 것 같아요. 그 이후로 저는 육아하면서 이전보다 비교를 조금 덜 하게 된 것 같아요. 물론 아직도 완전히 안 하는 건 어렵지만요. ㅎㅎ 그래도 그때의 경험 덕분에, 아기가 조금 늦거나 천천히 가더라도 예전보다는 믿고 기다릴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이런 깨달음을 얻게 되면서 저는 육아는 아기뿐만 아니라 엄마의 내면도 같이 성장하며 엄마 역시 좀 더 깊이있는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