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흘러 예정일 전날 오후 8시에 병원에 입원을 했고, 모든 준비를 마친 뒤 침대에 누워서 유도분만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유도분만이라는 게 하루 이틀 안에 아기를 낳으면 잘 된 케이스고, 잘 안되면 오랜 시간 진통을 겪다가 결국 제왕절개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후기로 많이 봤었거든요. 그래서 시작부터 긴장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유도분만 시작 전날 밤
자정쯤이었나, 12시쯤부터 촉진제를 맞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자궁문이 10cm 정도 열려야 아기를 낳기 위한 힘주기를 할 수 있는데, 초산은 그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새벽 동안 제가 할 수 있는 건 그냥 자는 것뿐이었어요. 지난 글에서 말한 것처럼 저는 커튼 하나로 나뉘어 있는 일반 병동에 있었고, 보호자 자리는 침대도 없고 작은 의자밖에 없었기 때문에 남편에게는 주차장에 있는 차에서라도 조금 편하게 자라고 했어요. 저는 병원 침대에 누워서 잠을 청했는데, 낯선 환경이기도 하고 배에 아기 심박수를 체크하는 모니터를 계속 달고 있어야 해서 편하게 자기가 힘들더라고요. 조금만 뒤척여도 모니터가 움직여서 의료진이 와서 다시 조정해주고 가고, 그때마다 저는 깨고… 그래서 깊게 잠을 자지는 못했어요.
게다가 촉진제 효과 때문인지 점점 알싸하게 아프기 시작해서 그 불편감 때문에 더 잠을 제대로 못 잤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새벽 4시쯤 드디어 가족룸 자리가 났고, 제가 먼저 이동하면서 남편에게 전화해서 올라오라고 했어요. 가족룸은 1인실이라서 이야기 나누기도 편하고, 보호자용 침대도 있어서 남편도 훨씬 편하게 있을 수 있었고, 짐을 두기도 훨씬 편했어요.
아침부터 강해진 통증
아침이 되어갈수록 알싸하던 통증이 점점 더 강해지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의료진에게 이야기했더니 아직 많이 아플 시기는 아닌 것 같다고 하셔서, ‘아 원래 이런 건가 보다’ 하고 넘겼어요. 그러다가 아침 식사가 나왔는데, 블로그에서 많이 봤던 말들이 생각나더라고요.
“힘 줄 때 힘 없으면 안 되니까 잘 먹어라”
“혹시 제왕절개로 넘어가면 그때부터 금식이라 지금 먹어라”
그래서 아침밥이 반갑기도 했고, 마침 배도 고파서 열심히 먹었어요. 근데 이상하게 아침을 먹고 나니까 통증이 확 올라오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래서 의료진을 불러서 “지금 진짜 많이 아픈 것 같다”고 했더니, 처음에는 약간 갸우뚱하시더라고요. 그러더니 나가서 교수님을 모셔왔어요.
교수님 내진 후 시작된 진짜 진통
교수님이 내진을 하셨는데… 진짜 그 전에도 여러 번 내진을 했었지만, 교수님 내진은 차원이 다르게 아프더라고요. 너무 아파서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고 엉덩이가 들리는데, 교수님은 계속 “힘 빼세요” 하시고… 그 순간이 너무 힘들고 서러웠어요 ㅜㅜ
근데 내진을 마치고 나시더니 “아침에 밥도 먹고 타이밍이 좋네요. 이제 분만 준비합시다”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때가 예정일 당일 오전 10시였어요. 저는 그래서 ‘이제 한두 시간 뒤면 아기를 보겠구나’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고 그때부터가 진짜 진통의 시작이었더라고요.
제가 생각했던 ‘한두 시간’은 사실 무통주사를 맞기 전, 제가 생으로 진통을 버텨야 했던 시간이었고, 그때 정말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고통을 겪었어요. 저는 평소에 마사지도 센 걸 잘 받고, 통증도 잘 참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그냥 ‘이런 통증을 겪어본 적이 없었을 뿐’이더라고요. 어디 기댈 데도 없고 ㅜㅜ 그냥 병원 침대 손잡이를 쥐어짜면서 버텼어요.
그러다가 드디어 무통주사를 맞을 수 있는 시간이 왔고, 무통을 맞고 나서야 사람들이 왜 ‘무통천국’이라고 하는지 알겠더라고요. 완전히 안 아픈 건 아니고 약간 알싸한 느낌은 있었지만, 아까처럼 아무 생각도 못 할 정도의 고통은 사라졌어요. 그래서 다시 여유가 생기고, 심지어 졸려서 낮잠도 한 시간 정도 잤던 것 같아요.
힘주기 시작, 그리고 아기를 만난 순간
그러다가 자궁문이 10cm가 열리고, 수축 상태를 보고 이제 힘을 줄 때가 됐다고 해서 힘주기가 시작됐어요. 근데 저는 힘주는 느낌을 잘 몰라서 계속 엉뚱하게 힘을 주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힘은 계속 빠지는데, 아기가 나오는 데까지 시간이 좀 걸렸어요. 그리고 마지막에는 강한 수축을 느끼면서 힘을 줘야 해서 무통주사도 중단하게 됐어요. 그래서 아기를 만나기 전 마지막 한 시간은 그냥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라는 생각만 하면서 버텼던 것 같아요. 힘주기를 할 때는 너무 힘든 모습이라 그런지, 아니면 의료진 판단인지 남편은 밖에서 기다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의료진을 믿고 의지하면서도, 편하게 의지할 사람이 옆에 없어서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정말 며칠처럼 느껴지는 시간이 지나고, 의료진이 교수님을 부르더니 이제 거의 다 된 것 같다고 남편을 다시 들어오게 했어요. 그 이후에는 교수님과 의료진이 모두 함께 도와주면서 마지막 힘주기를 했고, 마지막에는 간호사 선생님이 제 배를 눌러주시면서…
드디어 아기가 나왔어요!
정말 밑에 뭔가 큰 게 걸려 있다가 빠지는 느낌이 들었고, 곧바로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고, 옆에서는 남편이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어요. 남편이 탯줄을 자르고, 간단한 처치 후에 아기를 제 가슴 위에 올려줬는데, 다들 “빨간 고구마 같다” 이런 얘기를 많이 하잖아요. 근데 저희 아기는 생각보다 하얗고, 너무 귀여운 거예요. 그래서 제 첫마디가 “귀엽다…”였어요.

교수님이 사진 찍으라고 하셔서 사진도 찍고, 아기는 남편과 함께 먼저 나가고 저는 교수님이 후처리를 해주셨어요. 다 끝나고 나서 교수님이 “뭐 먹고 싶어요?”라고 물어보셨는데, 그때는 진짜 너무 목이 말라서 그냥 물이 너무 마시고 싶더라고요. 그게 아직도 기억나요. ㅎㅎ 그렇게 모든 처리가 끝나고 저는 다른 침대로 옮겨져서 회복 병실로 이동하게 되었어요.
이렇게 유도분만 시작부터 다음 날 아기를 만나기까지의 과정을 기록해 봤습니다. 저는 유도분만 시작 후 약 16시간 만에 아기를 만났는데요, 그 정도면 꽤 빠른 편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비교적 빨리 끝난 것도 다행이었고, 제왕절개로 이어지지 않고 자연분만으로 낳을 수 있었던 것도 정말 다행이었고, 무엇보다 저와 아기 모두 건강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는 점이 참 감사했어요.
다음 글에서는 병원에서 회복했던 3일 동안의 이야기를 이어서 써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