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초기의 지옥 같던 입덧 기간이 지나고 나서는, 그 외에는 저는 정말 감사하게도 아기와 관련해서 큰 에피소드는 없었어요. 별문제 없이 잘 자라 줬고, 점점 커가는 모습을 초음파로 확인하면서 잘 자라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죠. 그리고 난임병원의 좋은 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특수한 산과에서 임신을 관리하다 보니까 거의 매주 초음파를 볼 수 있었다는 거예요. 그래서 태아가 커가는 모습을 조금 더 자주 볼 수 있었다는 게 장점이라면 장점일 수 있겠네요. 저도 거의 매주 병원에 갔던 것 같고, 그렇게 잘 자라고 있던 와중에 한 번 위기가 왔습니다.
12주차, 갑자기 찾아온 하혈
한 12주 정도였을까요.
그때 제가 일을 하러 가서 하루 종일 추운 곳에서 서서 계속 물건을 옮기고 그렇게 일을 했던 적이 있어요. 그러니까 저는 이제 그동안 괜찮았으니까, 또 사람이 마음이 간사해서인지 조금 안일해졌던 것 같아요. 그냥 힘들 때 잠깐 앉아 있고 그러면서 괜찮겠지 하고 넘겼었죠. 그리고 그다음 날에 남편이랑 뮤지컬을 보러 갔었어요. 뮤지컬을 보러 가서 자리에 앉으려고 하는데, 갑자기 생리를 시작하듯이 밑에서 뭐가 쭉 나오는 느낌이 나는 거예요. 그래서 뭐지 하고 화장실에 가서 확인해 봤더니, 하혈을 하고 있었던 거죠.
그때 정말 굉장히 놀랐어요.
그런데 저도 제가 어떤 심정이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이게 진짜 괜찮다고 생각했던 건지, 아니면 문제를 회피하려고 했던 건지. 검색을 해 보니 이런 경우에 당장 응급실을 가더라도 응급실에서도 해 줄 수 있는 게 없고, 그저 안정을 취하고 누워서 쉬는 방법밖에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그날이 이미 뮤지컬이 시작하기 직전이었고 저녁 시간이었기 때문에, 지금 와서 내가 병원에 가서 뭘 할 수 있는 게 없구나 싶어서 그냥 뮤지컬을 봤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특이한 결정이었네요.
그래서 조금 마음 한켠에 찜찜한 마음을 가지고 뮤지컬을 다 보고, 이제 남편에게도 중간에 이야기를 했어요. 남편이 계속 “집에 갈까?” 하고 물어봤는데도, 그때 한 번 그런 느낌이 있었고 이후에는 괜찮았기 때문에 괜찮을 것 같다고 했어요. 뮤지컬을 봤던 곳이 저희 집이랑 가깝기도 했고, 다 보고 집에 가서 쉬면 될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그렇게 다 보고 걸어서 집에 와서, 물론 잠을 푹 자지는 못했지만 아무튼 그날 밤은 그냥 그렇게 집에서 쉬었습니다.
다음 날 병원에서 들은 이야기
다음 날 아침이 돼서 바로 병원에 방문했고, 접수하면서 간호사 선생님께 하혈이 있었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런데 간호사 선생님의 표정이 그렇게 좋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부터 약간 ‘내 생각보다 심각한 일일 수도 있구나’라는 불안감을 가지게 됐던 것 같아요.
조금 기다리다가 의사 선생님을 만났는데, 의사 선생님도 설명을 듣더니 표정이 좋지 않았어요. 그러고는 일단 초음파를 봅시다라고 하셨죠. 그래서 정말 떨리는 마음으로 초음파를 봤는데, 다행히 아기는 무사했고 태아도 무사했고 심장도 잘 뛰고 있었어요. 다만 그렇게 출혈이 있었기 때문인지 피가 고였다가 멈춘 흔적이 보인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앞으로도 하혈이 조금 더 있을 수 있고, 혹시 모르니까 유산 방지 주사를 맞고 가자고 하셔서 그렇게 주사도 맞았습니다. 그래도 별일 없이 지나갔다는 것에 정말 다행이라고 느끼면서 병원을 나왔답니다.
그리고 주사 효과 덕분인지, 아니면 그렇게까지 큰 영향은 없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이후에는 별다른 일 없이 다행히 태아는 계속 잘 자랐어요. 그래서 저는 물론 이게 모두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확정 지어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임신 기간에 무리해서 일을 하는 건 그렇게 좋은 것 같지는 않다고 느꼈어요. 내가 괜찮다고 생각했더라도, 태아에게는 안 좋은 영향이 가고 있었을 수도 있겠구나 하고 생각을 조금 고쳐 먹게 되는 계기가 됐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