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이유식 때까지 저는 토핑 이유식을 했었어요. 갈아서 만든 재료들을 하나씩 올려주는 방식인데, 저는 이 방법이 참 마음에 들더라고요. 아기가 식재료 하나하나의 맛을 비교적 온전히 느낄 수 있다는 점도 좋았고, 어떤 재료를 좋아하는지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거든요.

그리고 3일에 한 번씩 새로운 재료를 추가하면서 진행하다 보니, 어느새 웬만한 식재료들은 대부분 소개를 마친 상태였어요. 달걀이나 땅콩 같은 중요한 알레르기 테스트도 무사히 끝났고요. 그래서 중기 이유식쯤부터는 자연스럽게 자기주도 이유식을 시작하게 됐어요.
자기주도 이유식을 선택한 이유
사실 처음부터 꼭 자기주도식을 해야겠다 마음먹었던 건 아니었어요. 근데 이유식 관련 정보를 찾아보다 보니 요즘에는 자기주도 이유식을 하는 엄마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그리고 저는 원래 육아할 때 늘 생각하는 저만의 기준 같은 게 있거든요. 바로 아기가 할 수 있는 건 아기가 직접 하게 하자라는 거예요. 물론 아직 너무 어리니까 엄마 도움이 필요할 때도 많지만, 그래도 본인이 스스로 해보는 경험을 최대한 존중해주고 싶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자기주도 이유식이라는 방식이 저한테는 되게 마음에 들었어요. 아기가 자기 손으로 직접 음식을 만지고, 탐색하고, 입으로 가져가는 과정 자체가 굉장히 자연스러운 발달처럼 느껴졌거든요.
그리고 아주 현실적인 이유도 하나 있었어요. ㅎㅎ 저는 제 생활도 꽤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거든요. 특히 먹는 걸 정말 중요하게 생각해요. 근데 일반 이유식을 먹이다 보면 엄마는 계속 떠먹여주느라 정작 본인은 먹는 둥 마는 둥 하게 되거나, 아기 재우고 나서 늦게 허겁지겁 먹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저는 그게 좀 싫었어요. ㅜㅜ
근데 자기주도식을 하면 적어도 제 손이 조금은 자유롭잖아요. 그래서 아기가 먹는 동안 저도 같이 앉아서 밥을 먹을 수 있겠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어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저를 안심시켜줬던 건 자기주도 이유식 레시피 책이었어요. 방법부터 식재료 손질, 간단한 레시피까지 정말 자세하게 나와 있어서, 그냥 따라 하기만 하면 되겠구나 싶더라고요. 초보 엄마 입장에서는 이런 게 굉장히 든든했어요.
처음 시작은 원물부터
그렇다고 처음부터 거창하게 조리해서 준 건 아니었어요. 초기 이유식 때 갈아서 주던 재료들을 이번에는 아기가 손으로 잡기 좋게 잘라서 푹 찐 상태로 주기 시작했어요. 당근이나 브로콜리 같은 걸 길쭉하게 잘라주면 아기가 조그만 손으로 꼭 쥐고 한참을 탐색하더라고요. 근데 그 모습이 정말 너무 귀여운 거예요. ㅎㅎ 눈은 또 왜 그렇게 진지한지 모르겠어요. 이게 뭐지? 하는 표정으로 만져보고, 냄새 맡아보고, 입에 넣었다 뺐다 하고요. 사실 처음에는 먹는 양 자체는 많지 않았어요. 근데 저는 그 시기에는 먹는 것보다 음식과 친해지는 과정 자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크게 조급해하지는 않았어요.
원물 형태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이후부터는 조금씩 조리도 시작했어요. 밥머핀이나 소고기단호박스틱 같은 것들을 자주 만들어줬는데, 최대한 부드럽고 손으로 잡기 쉬운 형태로 만들려고 했어요. 물론 조미료는 전혀 넣지 않았고요. 이런 메뉴들의 좋았던 점은 한 번 만들 때 양이 꽤 나온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냉동해놨다가 다른 음식이랑 같이 주기도 하고, 급할 때는 전자레인지에 호다닥 데워서 줄 수도 있어서 정말 편하더라고요. 육아하다 보면 매 끼니를 완벽하게 준비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잖아요. ㅎㅎ 그럴 때 냉동해둔 자기주도식 메뉴들이 있어서 활용도가 높더라고요.

자기주도 이유식의 장단점
저는 그렇게 중기 이유식 때부터 시작한 자기주도식을 지금까지도 꽤 유지하고 있는데, 결론적으로는 만족하는 방식이에요. 물론 장점과 단점이 명확하게 있었어요.
먼저 장점부터 이야기해보자면, 아기가 음식 자체에 대한 흥미가 굉장히 높아지는 느낌이 있었어요. 직접 손으로 만지고 탐색하면서 먹다 보니까 음식 먹는 시간을 놀이처럼 느끼는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식감에 대한 호불호도 빨리 파악할 수 있었어요. 저희 아기는 특히 너무 물컹흐물한 식감을 별로 안 좋아하더라고요. 그래서 오히려 약간 씹는 느낌이 있는 음식들을 더 잘 먹었어요.
그리고 엄마도 같이 식사할 수 있다는 점이 저는 정말 좋았어요. 아기 맞은편에 같이 앉아서 저도 밥 먹고, 아기도 자기 음식 먹고 그런 분위기가 되니까 훨씬 여유롭더라고요. 조금 건강하게만 먹는다고 생각하면, 한번 조리해서 엄마와 아기 식사를 어느 정도 같이 해결할 수도 있었고요.
근데 단점도 확실했어요. ㅎㅎ 일단 정말 정말 많이 어지럽혀집니다. 진짜 상상 이상이에요. ㅋㅋㅋ 손으로 으깨고, 던지고, 바닥에 떨어뜨리고, 의자 밑은 항상 난리였어요. 그래서 깔끔한 성격이거나 어질러지는 걸 너무 스트레스받는 분들한테는 쉽지 않은 방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또 하나는 얼마나 먹었는지 모르겠다는 거예요. 아기가 손에 잡히는 걸 전부 입으로 넣는 게 아니거든요. 어떤 건 주물러서 부숴버리고, 어떤 건 바닥에 던지고, 어떤 건 의자 틈새에서 발견되고요. ㅎㅎ 그래서 저는 분명 충분히 줬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많이 못 먹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어요. 그래서 나중에는 조금 넉넉하게 준비해서 잘 못 먹은 것 같다 싶으면 더 추가해 주는 방식으로 갔고요.
단점 중 무엇보다 가장 긴장됐던 건 역시 목 막힘에 대한 걱정이었어요. 실제로 한번 정말 놀랐던 적이 있었거든요. 제가 파프리카를 길쭉하게 잘라서 푹 찐 상태로 준 적이 있었는데, 찌니까 너무 미끄러워진 거예요. 근데 그게 아기 목 안쪽으로 쑥 들어가버린 거죠. 그 순간 진짜 심장이 철렁했어요. 다행히 바로 등을 세게 두드려주니까 다 토해내긴 했는데, 아직도 그날 생각하면 너무 아찔해요. 그 이후로 저는 생 파프리카는 줘도 찐 파프리카는 잘 안 주게 되더라고요. ㅜㅜ 한 번 놀라고 나니까 괜히 무서워져서요 ㅜㅜ
결과적으로 자기주도 이유식은 추천
그래도 전체적으로 봤을 때 저는 자기주도 이유식을 하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어차피 이유식 시기를 지나 유아식으로 가면 결국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식판 식사 형태로 넘어가게 되잖아요. 그 과정에서 자기주도식을 통해 다양한 식감과 질감을 경험하고, 스스로 씹고 먹는 연습을 자연스럽게 하는 건 꽤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물론 이것도 결국은 아기 성향에 따라 정말 다른 것 같아요. 저희 아기는 제가 봐도 타고나기를 먹는 걸 좋아하는 아기였거든요. ㅎㅎ
그래서 조금 더 수월했던 부분도 분명 있었을 거예요. 정말 육아는 끝까지 애바애라는 말을 계속 실감하게 됩니다. ㅋㅋㅋ 그래도 자기주도 이유식이 궁금하다면, 너무 겁먹기보다는 한번쯤은 가볍게 시도해볼 만한 방식인 건 확실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