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준비를 시작하면 꼭 듣는 말이 있어요.
“엄마 뭐해?”
그러면서 제 다리에 딱 붙어서 제가 하는 걸 보여달라고 하거나 안아달라고 하거나 하면서 보채기 시작해요 ㅜㅜ 채소를 씻는 것도 궁금하고, 냄비를 저어보는 것도 궁금하고, 엄마가 뭘 하는지 전부 궁금한 시기인가 봐요. 근데 저녁 시간은 엄마 입장에서는 가장 바쁜 시간이기도 하잖아요. 밥도 해야 하고 설거지도 해야 하고 정신없이 움직여야 하니까요. 그래서 가끔은 잠깐이라도 혼자 시간을 보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예전에 찍어둔 사진과 영상들을 보여줬는데 반응이 생각보다 너무 좋더라고요. 놀이터에서 놀던 사진, 여행 갔던 날 찍은 사진, 친구들과 놀던 영상까지 하나하나 넘겨보면서 그날 이야기를 다시 꺼내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우리 집은 유튜브 대신 아이가 직접 경험했던 사진과 영상을 함께 보는 시간이 생기게 됐어요.
유튜브는 최대한 늦추고 싶었다
물론 유튜브 자체가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에요. 실제로 좋은 콘텐츠도 많고 교육적인 영상도 많으니까요. 다만 미국소아과학회(AAP)에서는 만 2~5세 아이의 경우에도 화면 시청 시간을 하루 1시간 이내로 제한하고, 가능하면 부모가 함께 보며 대화를 나누는 것을 권장하고 있어요. 또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에서도 영유아 시기의 과도한 미디어 노출은 언어 발달이나 수면 습관, 집중력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물론 아이마다 환경도 다르고 기질도 다르겠지만, 이런 자료들을 보다 보니 저 역시 화면 노출은 조금 신중하게 접근하게 됐어요. 무엇보다 한번 보기 시작하면 끄는 과정에서 실랑이가 생기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고요. 그래서 우리 집에서는 적어도 아직은 유튜브보다 다른 방법을 먼저 활용해 보자고 생각하게 됐죠.
그래서 찾은 방법이 아기를 찍은 사진이나 영상을 보여주는 거예요. 처음에는 그냥 사진만 잠깐 보여줬었어요. 아기가 놀이터에서 놀던 모습, 가족끼리 나들이 갔던 날, 여행 사진 같은 것들이었죠. 유튜브 영상들에 비해 생동감도 없고 자극적이지 않으니까 금방 딴 걸 찾겠지 했는데 생각보다 아이가 많이 좋아하더라고요.
“여기 갔었지!”
“이거 재밌었어!”
“또 가고 싶어!”
하면서 사진을 한 장 한 장 넘겨보고, 기억이 잘 안나는 것 같으면 어디인지 누가 찍어줬는지 물어보기도 하고요. 그 이후로는 저녁 준비를 해야 하거나 잠깐 시간이 필요할 때 아이와 함께 사진이나 영상을 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어요. 그렇게 하면 저는 아이의 보챔을 듣지 않아도 되고, 또 안아달라는 말도 없으면서도, 같이 대화만 해도 충분해서 저녁 준비가 좀 더 수월하더라고요.

생각보다 대화가 훨씬 많이 된다
제가 가장 좋다고 느끼는 부분은 단순히 보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유튜브 영상 같은 것은 소아과에 가서 나오는 것을 볼 때 지켜보면 화면에 집중하느라 제가 말하는 것에도 대답도 안 할 때가 대부분이었는데, 자신이 나온 사진이나 영상을 볼 때는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이어지더라고요.
“이때 어디 갔었지?”
“누구랑 갔었지?”
“이때 뭐 먹었었지?”
“이거 기억나?”
이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저녁 준비 시간도 지나가 있고, 아이도 신나게 자기 이야기를 해요 ㅎㅎ 한 번은 예전에 갔던 놀이터 영상을 보다가 그때 같이 놀았던 친구 이름까지 이야기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란 적도 있었어요. 아이들은 생각보다 자신이 했던 것을 많이 기억하고 있다더니, 정말 그런 것 같아요.
나중에 찾아보니 이런 걸 ‘회상 대화(Reminiscing)’라고 부른대요. 부모와 아이가 함께 과거의 경험을 떠올리며 이야기하는 것을 말하는데, 연구들을 보면 이런 대화가 언어 발달과 기억력, 정서 발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해요. 생각해보면 자신이 나온 사진이나 영상을 보며 이야기를 나눌 때, 아이는 단순히 화면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경험했던 일을 다시 떠올리고 설명하더라고요.
“이때 비 왔었어.”
“여기서 아이스크림 먹었어.”
“엄마랑 같이 갔어.”
이런 식으로요. 그래서 저는 사진과 영상을 보여주는 시간이 단순한 화면 노출이라기보다는 대화의 연장선처럼 느껴질 때가 많아요.
그래도 화면은 화면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아기 자신이 나온 사진이나 영상이라고 해서 무조건 괜찮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에요. 결국 화면을 보는 것은 맞으니까요. 화면은 당연히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대체할 수가 없죠 ㅎㅎ 그래서 우리 집에서는 사진이나 영상을 보여줄 때도 가능하면 제가 옆에 함께 있으려고 해요. 단순히 아이에게 맡겨두는 것이 아니라 같이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거죠. 또 하루 종일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저녁 준비를 하거나 잠깐 시간이 필요한 상황에서만, 최대 20~30분 내로 활용하고 있어요.
육아를 하다 보면 늘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지점이 어디인가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도 처음에는 화면 노출을 전혀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요즘엔 워낙 영상 노출에 대한 경고가 자주 나오니까요 ㅠㅠ 그런데 실제로 아이를 키워보니 엄마도 밥을 해야 하고, 설거지도 해야 하고, 잠깐 숨 돌릴 시간도 필요하더라고요 ㅎㅎ 그래서 우리 집에서는 유튜브 대신 아이가 직접 경험했던 사진과 영상을 함께 보는 방법을 선택하게 됐어요. 같은 화면이라도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이야기를 보는 것과, 내가 직접 경험했던 이야기를 다시 꺼내보는 것은 조금 다르지 않을까 생각하면서요. 무엇보다 아이가 사진이나 영상을 보며 마치 그때처럼 신나하거나, 그 활동이나 장소를 또 가고 싶다고 이야기할 때마다 저도 그날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돼요. 이것도 완벽한 방법은 아니겠지만, 지금 우리 가족과 제 상황에는 가장 잘 맞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