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기 전에는 아이에게 집안일을 시킨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어요. 솔직히 말하면 어른이 하는 일이니 아이는 장난감으로 놀고, 엄마는 집안일을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아이를 키워보니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집안일에 관심을 보이더라고요. 우리 아이도 그랬어요.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도 제가 청소를 시작하면 따라오고, 빨래를 개면 옆에 와서 만지고, 요리를 하려고 하면 의자를 끌고 와서 구경했어요. 아이가 처음 그런 행동을 할 때는 솔직히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어요. 빨리 끝내야 하는데 자꾸 끼어드니까요. 근데 육아 관련 책들을 읽고 몬테소리 교육에 대해 알게 되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게 됐어요.
몬테소리 교육을 알게 되면서 달라진 생각
몬테소리 교육에서는 ‘실생활 활동(Practical Life)’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해요. 어른들이 보기에는 단순한 집안일이지만 아이들에게는 중요한 배움의 기회라는 거죠. 예를 들어 물을 컵에 따르거나, 물건을 옮기거나, 식탁을 닦는 활동들도 아이 입장에서는 손을 사용하는 연습이 되고 집중력을 기르는 경험이 될 수 있다고 해요. 이 내용을 유튜브에서 접했을 때 새로운 깨달음을 얻은 기분이었어요. 생각해보면 아이는 장난감 청소기보다 진짜 청소기에 더 관심이 많았고, 장난감 주방놀이보다 제가 실제로 요리하는 모습을 더 좋아했거든요. 아이들은 어른들의 생각과 달리 진짜 세상에 참여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몬테소리 교육에서는 아이를 단순히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존재로 본다고 해요. 그래서 어른이 대신 해주는 것보다 아이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이 부분에 공감해서, 결과적으로는 조금 느리고 서툴더라도 아이가 직접 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우리 집에서 아이가 하는 집안일
사실 집안일을 시킨다고 해서 마치 어른이 하는 것처럼 모든 걸 하게 하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아이가 할 수 있는 수준에서 작은 역할들을 맡기고 있어요.
예를 들면,
- 물티슈 가져오기
- 쓰레기 버리기
- 식탁 닦기
- 채소 씻기
- 빨래통에 빨래 넣기
- 양말 짝 맞추기
- 세탁기 버튼 누르기
같은 것들이에요. 저녁 준비를 할 때는 채소를 씻어달라고 하기도 하고, 식사를 마치면 자기 식판을 싱크대까지 가져다 놓기도 해요.특히 쓰레기 버리기나 물티슈 가져오기는 정말 좋아하는데, 제가 부탁하기도 전에 먼저 하겠다고 나설 때도 많아요. 그리고 한번씩은 아이가 제가 말하는 물건을 인지하고 있나 확인하는 용도로도 찾아서 가져오는 걸 부탁하기도 하는데요, 예를 들어 엄마가 쓰는 집게핀을 화장대에서 찾아와 달라고 얘기하는 식인거죠. 그럼 아이가 화장대로 가는지를 보고, 또 제가 말한 집게핀을 가져오는지를 보면서 아이의 인지 수준을 확인하기에도 좋은 게 집안일인 것 같아요.
솔직히 말하면 집안일을 함께 하면 절대 일이 빨라지지는 않아요 ㅎㅎ 오히려 더 오래 걸리면 걸렸죠ㅜㅜ 채소 씻는 데 1분이면 끝날 일을 10분 동안 하기도 하고, 빨래를 개면 다시 펼쳐놓기도 하고, 식탁을 닦다가 물을 더 흘리기도 해요. 그래서 바쁘거나 여유가 없는 날에는 저도 모르게 “엄마가 할게.”라는 말이 튀어나올 때가 있어요. 그런데 아이 입장에서는 어떤 일을 빨리 처리한다는 결과보다 무언가를 스스로 해봤다는 경험 자체가 의미가 있고 더 중요한 것 같더라고요. 무엇보다도 그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낀다는 것도 중요하고요. 그래서 엄마에게 필요한 건 언제나 기다려 줄 수 있는 인내심인 것 같아요 ㅎㅎ
집안일을 하면서 달라진 점
제가 가장 크게 느끼는 변화는 자신감이에요. 아이가 무언가를 해낸 뒤에는 꼭 저를 쳐다보면서 말하거든요.
“내가 했어!”
“내가 도와줬어!”
그 표정을 보면 정말 뿌듯해 보여요. 그리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 엄청난 만족감을 느끼는 것 같더라고요. 발달 전문가들도 아이가 가정 안에서 작은 역할을 경험하는 것이 책임감과 자존감 형성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해요. 물론 집안일 몇 개 했다고 갑자기 책임감이 생기는 건 아니겠지만, 적어도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조금씩 쌓여가는 것 같아요.
실제로 영유아 건강검진 문진표를 보다 보면 스스로 옷 입기, 간단한 심부름하기, 정리하기 같은 자조 능력과 관련된 항목들이 점차 등장해요. 집안일을 한다고 해서 갑자기 발달이 빨라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런 경험을 쌓아가면서 굳이 의식적으로 이런 발달 사항을 챙겨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지 않아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성장하도록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이 저는 참 좋더라고요.
오늘도 함께 하는 집안일
사실 아직은 도움이 되기보다 일이 늘어나는 경우가 더 많아요. 그래도 저는 가능하면 많은 것을 아이와 함께 하려고 해요. 왜냐하면 언젠가 아이가 더 자라면 지금처럼 제 옆에 딱 붙어서 채소를 씻어주겠다고 하거나, 물티슈를 가져다주겠다고 뛰어다니는 모습도 사라질 것 같거든요. 결과만 생각하면 혼자 하는 게 훨씬 빠르고 편하지만, 지금 이 시기에는 결과보다 경험이 더 중요하다고 믿고 있어요.
그래서 오늘도 저는 집안일을 시작하기 전에 아이에게 먼저 물어봐요.
“같이 해볼래?”
그러면 십중팔구는 아주 신난 얼굴로 달려오거든요ㅎㅎ 아마 우리 집에서는 당분간 집안일도 놀이의 한 부분으로 계속 이어질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