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돌 전후가 되면서 제가 정말 자주 느꼈던 게 있어요.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마냥 아기였고 그저 보살펴주고 받아줘야 하는 존재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작은 어린이가 되어가는 느낌?
신생아 때는 언제 크나 싶었고, 기어다닐 땐 언제 걷나 싶었고, 걸어다니기 시작하니 언제 말을 할려나 싶었었는데, 어느새 말도 너무 잘하고 자기 생각도 너무 뚜렷하게 표현하고 있더라고요 ㅎㅎ 특히 두돌 전후에는 정말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게 눈에 보였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그 시기 저희 아기에게 나타났던 특징들을 적어보려고 해요.
1. 이제는 선택권이 중요해지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엄마가 해주는 대로 따라오는 느낌이었다면, 이 시기부터는 본인 취향과 선택이 생기기 시작하더라고요. 컵도 아무거나 안 되고, 특정 컵이어야 하고. 신발도 자기가 신고 싶은 게 있고, 옷도 마음에 드는 게 있고요. 심지어 엘리베이터를 탈지 계단으로 갈지도 중요했어요 ㅋㅋㅋ 근데 육아 책들을 보니 아기에게 두세가지 선택지를 주면서 고르게 하는게 아기의 자율성을 길러주는데 좋다고 하더라고요. "빨간 컵 할래? 파란 컵 할래?" 이런 식으로요. 또 아기를 마냥 돌보기만 하는 존재가 아닌, 아직 작지만 한 인간으로서 의지가 생긴 것을 인정해주는 의미도 된다고도 하고요. 그래서 저는 처음에는 왜 이렇게 사소한 걸 고집하지? 싶었는데, 책을 읽고나서 '이 작은 아기가 의지를 가진 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구나' 라고 깨닫게 됐어요. 그리고 제가 뭔가 선택해서 주는 것보다 선택권을 주면 오히려 아기가 협조도 잘 하고 육아가 훨씬 수월해져서, 요즘에도 아무리 급하고 하더라고 선택지는 꼭 주려고 해요.
2. 기억력이 생각보다 훨씬 좋아졌다
이 시기부터는 기억력도 눈에 띄게 좋아졌어요. 그래서 한번씩 놀랄 때가 지금까지도 많아요. 한두번 갔던 장소를 기억하고, 전에 만났던 친구들이나 사람도 기억하고... 한 번은 예전에 갔던 놀이터 근처를 지나는데 먼저 기억하고 "OO이 여기 왔었는데" 라고 하는데 정말 깜짝 놀라고 신기했었어요. 심지어 저나 남편이 했던 말도 잘 기억해두고 써먹는다던가 ㅎㅎ 아니면 제가 그냥 당장 달래려고 했던 약속을 기억해서 "엄마 내가 OO해달라고 했지??" 라며 저를 혼내더라고요 ㅋㅋㅋㅋㅋ 그래서 이때부터는 아이 앞에서 하는 말도 조금 더 조심하고 못 지킬 약속은 안하려고 노력중이예요 ㅠㅠ
3. 감정 표현이 엄청 풍부해졌다
예전에는 감정을 울거나 웃는 정도로만 표현했다면, 두 돌 이후에는 훨씬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자기 감정을 말로도 표현하기 시작했어요. 우선 엄마 표정을 잘 봐둔 것 같긴 한데 ㅋㅋㅋ 상황에 맞게 황당한 상황에는 눈을 치켜 뜬다거나, 불만이 있으면 입을 삐죽거린다던가, 장난 치고 싶을 때는 개구진 표정을 짓는다거나 ㅋㅋㅋㅋㅋ 진짜 언제 저런 걸 보고선 따라하는거지 싶게 거의 배우처럼 다양한 표정을 짓더라고요 ㅎㅎ
표정 외에도 말로 표현 하는 것도 많아졌는데, 제가 제일 자주 듣는 말은 속상해, 화났어, 삐졌어, 싫어요, 아니야.... 음 주로 본인이 안 좋은 감정을 느낄때네요...? ㅋㅋㅋㅋ 근데 이건 생각해보니 제가 아기가 울때 그 상황에 맞게 아이고 속상했어? 하면서 감정을 말로 표현해주고, 아기에게 울기만 하면 엄마가 이유를 잘 모르니까 이렇게 말로 표현해달라고 했거든요. 그래서 그런가봐요 ㅋㅋㅋ 근데 늘 부정적인 표현만 하는 건 아니고, 신나, 재밌어, 사랑해 등 긍정적인 표현도 잘 한답니다 ㅎㅎ
4. 엄마 따라쟁이가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시기부터는 따라 하는 게 엄청 늘었어요. 또 자기가 모든 걸 해봐야하는 시기이기도 하기 때문에 ㅜㅜ 엄마가 하는건 본인도 꼭 해야 했거든요. 청소하는 흉내도 내고, 로션도 바르는 척하고, 전화하는 척도 하고요. 제일 웃긴건 제가 립밤을 바르고 입술을 팝팝 하며 마무리를 하는데 그거까지 따라하더라고요 ㅋㅋㅋ 심지어 제가 습관적으로 하는 자세까지도 따라해서 이제 말만 가르치는 게 아니라 행동도 조심해야 하는구나 싶었어요. 정말 이 시기는 좋은 것도, 안 좋은 것도 그대로 흡수하는 시기인 것 같아요.
5. 체력도 같이 폭발했다
마지막은 엄마들에게 아주 중요한 부분... 체력이 떨어지지 않아요. ㅋㅋㅋ 낮잠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놀이터 체류 시간은 점점 늘어나고, 그렇게 놀았는데도 집에 와서도 또 뛰어다니고 이거 해달라 저거 하고 놀자고 계속 쉬지 않고 엄마를 찾고.. 저는 분명 같이 있으면서 아기를 보기만 했고 정작 뛰어논 건 우리 아기였는데 왜 저만 방전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심지어 외출해서 나갔다가 차에서 단 10분이라도 잠들면 그대로 체력 리셋이라 차에서 잠들지 않을 시간대에 이동하고 ㅠㅠ 지금도 아기의 체력은 대체 어디서 충전되는 건지 아직도 미스터리예요.
분명 아기였는데 어느새 작은 어린이가 되어가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두돌 전후는 정말 큰 변화가 많았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힘든 것도 많았지만, 그만큼 감동도 많고 웃긴 순간도 많았고요.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마냥 맑아보이는 아기였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자기 생각과 의지가 있고, 감정도 표현할 줄 알고 경험을 기억에 저장할 줄도 아는 한 인간이 되어가고 있더라고요. 그리고 그걸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게, 힘들어도 참 특별한 일인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