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아기의 독감과 아데노 바이러스, 예상보다 길었던 가정보육

by editor83581 2026. 5. 27.

우리 아기는 감사하게도 타고나길 건강 체질로 태어난 것 같아요. 태어난 후 두돌이 넘어갈 때까지 감기도 심하게 걸린 적이 없었거든요. 감기가 오면 콧물이 조금 나긴 했지만, 그 이상 심해지지는 않았고 폐렴이나 중이염, 돌발진 같은 큰 병치레도 없었어서 다들 정말 건강한 아기라고 했었어요. 어린이집에서도 감염병을 크게 옮아온 적이 없어서 결석도 한 번도 하지 않았고요. 오히려 놀러 간다고 쉰 적은 있었네요. ㅎㅎ 그래서 저는 마음 한편으로 우리 아기는 앞으로도 쭈욱 건강하게 지낼 체질인가 보다 하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건강하던 아기가 갑자기 39.9도를 찍던 밤

그러던 어느 날, 두돌 이후 가을쯤 약간 콧물끼가 있던 아기와 인천 바다에 놀러 갔었어요. 그때 아기가 모래놀이를 정말 좋아해서 모래놀이 키즈카페도 가고, 바다에서도 모래놀이를 하며 신나게 놀았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바람이 많이 불고 꽤 추웠거든요. 그 영향인지, 아니면 다른 곳에서 옮은 건지 지금도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아무튼 바다에 다녀온 이틀 뒤 밤부터 갑자기 고열이 나기 시작하는거죠. 분명 며칠 전까지 너무 잘 놀고 컨디션도 좋았는데, 갑자기 39.9도까지 찍는 거예요. 아기도 기운이 하나도 없이 쳐져 있었고요. 이런 적은 처음이라 너무 놀랐어요.

처음으로 수액을 맞은 아기 

다음 날 아침 바로 소아과에 갔는데 워낙 고열이다 보니 검사를 권하셨어요. 그리고 결과는 독감과 아데노 바이러스 동시 감염 ㅜㅜ 둘 다 전염성이 있는 병이라니, 그걸 또 같이 걸렸다니 진짜 심장이 덜컹 하더라고요. 어디서 둘 다 걸렸는지도 모르겠고.. 어린이집에서 옮았나 문의해봤는데 걸린 아이는 우리 아이뿐이었고, 엄마 아빠도 멀쩡했거든요. 아직도 정확한 원인은 모르겠지만, 주말에 갔던 키즈카페에서 옮고 찬바람 맞으며 악화된 게 아닐까 추측만 하고 있어요.

 

병원에서는 아기가 너무 힘들어하니 바로 효과가 나타나는 수액을 맞자고 하셨어요. 그렇게 처음으로 주사 바늘을 꽂게 됐는데… 어찌나 서럽게 울던지 ㅠㅠ 움직이면 안 되니까 제가 꼭 안고 잡아주고 있었는데, 너무 작고 여린 팔에 바늘이 꽂혀 있는 걸 보는데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더 짠했던 건 수액 맞는 동안 팔 움직이면 안 된다고 하니까, 얌전히 팔을 내려놓고 기다리던 모습이었어요. 아직 그렇게 작은 아기인데도 꾹 참고 있는 게 너무 안쓰럽더라고요.

고열로 병원에서 수액 치료를 받는 아기의 모습

밥을 안 먹기 시작한 먹짱 아기

그래도 다행히 수액을 맞고 나서는 조금 기운이 돌아오는 것 같았어요. 말도 조금 하고 움직이기도 했는데, 그래도 평소처럼 에너지 넘치는 모습은 아니긴 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밥을 안 먹기 시작했어요 ㅜㅜ 우리 아기는 평소 정말 잘 먹는 먹짱 아기였거든요. 밥태기가 와도 잠깐이고 늘 잘 먹었는데, 그렇게 먹는 걸 거부하니까 얼마나 아프면 그럴까 싶어서 또 마음이 아프고, 밥에 진심인 엄마는 정말 많이 걱정되더라고요. 유일하게 찾는 건 주스, 우유, 요거트, 가끔 과자 정도였는데, 안 먹을 때는 찾는 거라도 먹이는 게 낫다고 해서 달라는 건 다 줬어요. 그런데 그렇게 먹다가도 그냥 가만히 누워있고, 한 번은 컨디션이 좀 괜찮아 보이길래 산책 겸 놀이터에 가봤는데, 놀이터만 보면 뛰쳐나가는 아기가 그냥 가만히 앉아서 노는 친구들만 바라보고 있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는데 아직도 많이 아프구나 싶어서 너무 속상했어요 ㅠㅠ

아파서 힘이 없어 놀이터에서 친구들을 바라보는 아기

떨어지지 않는 열

제일 무서웠던 건 해열제를 먹으면 잠깐 열이 내렸다가 다시 오르는 거였어요. 보통 수액 맞으면 하루 안에 좋아진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오히려 병원 다녀온 지 이틀째에 다시 40도까지 올라버렸어요. 결국 다시 병원을 갔고, 선생님께서는 아데노는 원래 열이 오래 가고 입 안이 많이 아픈 증상도 함께 오는 경우가 많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열이 5일 이상 지속되면 피검사도 해봐야 한다고 하셨고요.

 

집에 와서 검색해보니 아데노 때문에 입원하는 아이들도 많더라고요. 그때부터는 정말 다른 건 안 바라고 열만 떨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혹시 제가 잠든 사이 열이 치솟을까 봐 새벽마다 알람 맞춰놓고 깨서 체온도 확인하고.. 아직도 그 때를 생각하면 아찔하네요 ㅠㅠ

열 난지 5일째 되던 날

그 지독한 열은 4일째까지도 떨어지지 않았어요. 그리고 5일째 아침. 아기가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계속 찡찡대다가 낮잠을 잤는데 무려 4시간을 자더라고요. 그래서 아직도 많이 컨디션이 안 좋구나 싶어서 오늘도 열이 안나아지면 큰 병원 가야겠다 하고 있었어요.그런데 일어나더니 제가 미역국에 말아준 밥을 한 그릇 뚝딱 먹는 거예요. 혹시나 해서 만들어둔 등갈비구이도 열심히 뜯어먹고요. ㅠㅠㅠㅠ 그 순간 아 이제 됐구나 싶어서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ㅜㅜ 그러고선 역시 먹기 시작하니까 회복도 빨랐어요. 그렇게 이틀 정도 잘 먹으면서 푹 쉬고 나니 컨디션도 예전처럼 돌아왔고, 소아과에 가서 완치 판정을 받고 다시 어린이집 등원을 시작했어요.

아기 병치레의 끝은 엄마

그렇게 수요일부터 시작한 집콕 가정보육은 꼬박 일주일 만에 끝났어요. 그런데 아픈 아이와 하루종일 함께 있는 건 정말 생각보다 훨씬 힘들더라고요. 걱정은 걱정대로 되고, 체력적으로도 힘들고, 아이도 짜증이 많아지고… 엄마도 같이 축 처지는 시간이었어요.

그리고 새삼 워킹맘들은 정말 얼마나 힘들까 싶었어요. 저는 파트타임인데다가 회사에서 배려도 해줘서 일주일 정도 쉴 수 있었는데도 버거웠거든요. 결국 아이가 아프면 주로 엄마가 그 시간을 떠안아야 하는 현실도 체감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많이들 이야기하잖아요. 엄마가 아프기 시작하면 아기는 낫고 그렇게 끝이라고… 네, 저도 해당됐습니다. ㅋㅋㅋ 아기가 나을 즈음 저는 독감에 걸려서 일주일 가까이 앓아누웠어요. 근데 엄마는 또 보살펴주는 사람이 없잖아요. ㅎㅎ 약 먹고 수액 맞고 일하러 가고, 집에 와서는 육아하고… 엄마는 아프면 안 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아주 제대로 깨달을 수 있었어요 ㅠㅠ 

 

그전에는 "우리 아기는 건강한 체질인가 보다"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이 시간을 경험한 후에 우리 아기가 특별히 안 아팠던 게 아니라, 단지 아직 차례가 오지 않았던 거였다는 걸 깨달았답니다 ㅎㅎ 그리고 아프면 제일 마음 아픈 사람도, 제일 오래 버텨야 하는 사람도 결국 엄마라는 걸 처음 알게 된 시간이었어요.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블로그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