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월했던 어린이집 적응기가 끝나고 나니, 이제는 아기도 저도 어린이집 생활에 점점 익숙해지기 시작했어요. 아침 9시 등원, 오후 4시 하원 루틴으로 생활하다 보니 평일 하루가 굉장히 규칙적으로 흘러가더라고요. 아침 7시쯤 기상해서 아침 먹이고, 어린이집 준비물 챙기고, 치카하고 세수시키고, 로션 바르고 옷 입히고 나면 어느새 나갈 시간이 됐어요. 그렇게 아기를 유모차에 태워 어린이집으로 향했죠. 9시에 선생님께 아기를 인계하고 빠빠이한 뒤 집에 돌아오면, 그때부터는 저만의 시간이 시작됐어요.
밥도 먹고, 집안일도 하고, 쉬기도 하고, 제 할 일도 하다 보면 어느새 시계가 3시 반을 가리키더라고요. 그때부터는 다시 후다닥 하던 일 마무리하고 아기 데리러 갈 준비를 해야했어요.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한 게, 예전에는 30분만 혼자 있어도 살 것 같더니 이제는 거의 6시간 가까운 자유시간이 생겼는데도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는 거예요. ㅋㅋㅋ
그리고 보통 어린이집 처음 가면 신학기 감기 지옥이 시작돼서 오히려 가정보육 기간이 더 길어진다는 이야기도 많잖아요. 그런데 다행히 우리 아기는 크게 아픈 적 없이 어린이집을 꾸준히 잘 다녔어요. 그래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어린이집 루틴에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무튼 그렇게 어린이집 생활이 자리 잡으면서 제가 가장 크게 느꼈던 변화들을 적어보려고 해요.
1. 아기의 표현력이 늘고 아기의 성격이 더 잘 보이기 시작했다.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느낀 건 아기의 표현력이 정말 많이 늘었다는 거였어요. 집에서는 엄마가 거의 일대일로 아이를 보잖아요. 그러다 보니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표정이나 손짓만 봐도 어느 정도 원하는 걸 바로 알 수 있었어요. 그런데 어린이집은 아무리 선생님들이 세심하게 봐주신다고 해도 여러 아이들을 함께 돌보는 공간이다 보니, 아기도 자연스럽게 자기 의사를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짧은 단어라도 더 자주 말하고, 원하는 게 있으면 손짓이나 말로 표현하려고 하고, 싫은 것도 확실하게 표현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저는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우리 아기의 성격을 더 잘 알게 된 것 같아요. 사실 집에서는 우리 아기 하나만 보니까 몰랐던 모습들이 있더라고요. 그건 적응기간 때부터 느꼈는데, 우리 아기는 교실에 친구가 들어오면 문을 열어주려고 하고, 새로 들어온 친구들을, 특히 낯설어서 우는 친구들을 꼭 안아주곤 했어요. ㅎㅎ 선생님 말씀으로는 친구들도 잘 챙기고 선생님 말도 잘 알아듣는 편이라 “OO이가 우리 반 반장이에요~” 하시더라고요. ㅋㅋㅋ 저는 우리 아기에게 그런 모습이 있는지 몰랐어서 너무 신기했어요. 그리고 아직 그렇게 어린 아이들 사이에서도 성향이 드러난다는 게 참 신기하고 또 기특하더라고요.

2. 하원 후 함께할 메이트가 생겼다.
저는 항상 4시에 딱 맞춰 하원을 시켰는데, 늘 비슷한 시간에 오는 같은 반 엄마들이 있었어요. 사실 적응기간에는 서로 정신도 없고 어색해서 깊은 이야기는 거의 못 나눴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한 엄마가 같이 놀이터 갈까요? 하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좋다고 따라갔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같은 시간에 하원하고 자연스럽게 놀이터로 향하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어요. ㅎㅎ 저는 개인적으로 그 시간을 정말 좋아했어요 ㅎㅎ 오후가 되면 엄마 체력이 가장 떨어질 시간이잖아요. 그런데 또 아이는 가장 에너지 넘치는 시간이라 집에서 혼자 감당하기가 쉽지 않았거든요. 근데 같이 놀이터를 다니니까 아이들도 같이 뛰어놀고, 엄마들끼리 이야기도 나누고, 간식도 나눠 먹고 하다 보니 시간이 훨씬 잘 가더라고요. 무엇보다 그전까지 저는 늘 혼자 육아를 하고 있었는데, 비슷한 시기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과 함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위로가 됐어요. 그래서 저는 비가 엄청 쏟아지는 날이 아니면 쌀쌀해도, 한여름이어도 정말 열심히 놀이터를 다녔어요.

3. 엄마인 나 말고, ‘나’의 시간을 찾게 됐다.
어린이집 생활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나니까, 문득 시험관 때부터 멈춰 있던 제 삶을 다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물론 시험관도, 임신도, 육아도 정말 대단한 일이에요. 특히 육아는 하루하루가 체력전이고 감정 소모도 크잖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엄마라는 역할 말고, 제 이름으로 하는 무언가를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마음이 점점 커지더라고요. 문제는 현실적으로 아이를 돌보는 사람이 거의 저 혼자였다는 거예요. 남편은 거의 매일 야근이었으니까. 그래서 뭔가를 새로 시작하고 싶어도 물리적인 시간이 없었던거죠. 그런데 어린이집을 보내면서 드디어 오전부터 오후까지의 시간이 생기니까 이제는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대신 저는 아기를 연장반까지 보내고 싶지는 않았어서, 등하원 시간을 고려해서 10시부터 3시 사이에 할 수 있는 파트타임 일을 찾기 시작했어요. 단순 알바가 아니고 제 과거 경력을 활용하고 싶었기 때문에 오전~이른 오후 시간대 조건에 맞는 일을 찾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다행히 정말 딱 맞는 일을 찾게 돼서 어린이집 보내고 한달반 쯤 뒤부터 일을 다니기 시작했어요. 그러니까 매일 육아 외의 생산적인 일을 하고, 또 한 달에 한 번 제 노동의 대가로 월급을 받는다는 게 참 좋더라고요. 물론 여전히 육아는 힘들었지만, 그 안에서도 다시 조금씩 제 삶을 찾아가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렇게 돌아보니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달라진 점이 정말 많았네요. 기억을 더듬다 보니 괜히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고 뭉클해지는 것 같아요. 저는 정말 우리 아이 첫 어린이집에 대한 기억은 좋고 설레는 기억밖에 없는 것 같아요. ㅎㅎ
다음 글에서는 실제로 어린이집 다니면서 사용했던 준비물들과, 직접 써보니 정말 유용했던 것들, 반대로 굳이 필요 없었던 것들에 대한 후기를 적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