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흔히 말하는 '책육아'를 열심히 하는 엄마는 아니에요. 매일 몇 권씩 읽어야 한다는 목표도 없고, 독후 활동을 따로 준비한 적도 거의 없어요. 대신 아이가 완전 아기일 때부터 한 가지는 꾸준히 했는데, 바로 아이가 언제든 책을 집어 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었죠. 그렇게 지내다 보니 어느새 책을 좋아하는 아이가 되어 있더라고요.
책은 늘 가까이 두고 가져오면 꼭 읽어주기
저는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집 곳곳에 책을 장난감처럼 배치해 뒀어요. 특히 전면 책장을 사용해서 책 표지가 잘 보이도록 해두었고요. 영유아는 아직 글을 읽지 못하기 때문에 책 제목보다 표지 이미지에 먼저 반응한다고 해요. 그래서 아이가 스스로 책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전면 책장을 사용하는 가정도 많더라고요. 저 역시 전면 책장을 사용해서 책 표지가 잘 보이도록 해두었어요. 그러다 보면 제가 따로 책을 읽자고 하지 않아도 하루에 한두 번 이상은 꼭 책을 가져오더라고요.
대신 아이가 책을 가져오면 최대한 바로 읽어주자는 저만의 원칙은 꼭 지키려고 노력했어요. 청소를 하고 있든, 휴대폰을 보고 있든, 다른 일을 하고 있든 가능한 한 하던 일을 멈추고 책을 읽어줬어요. 물론 설거지나 요리처럼 하던 중에 당장 멈출 수 없는 상황도 있었죠. 그럴 때는 “OO이가 먼저 보고 있어. 엄마 금방 갈게.”라고 이야기하며 아이의 관심이 책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한 뒤 최대한 빨리 마무리하고 읽어주려고 했어요. 그래서인지 아이는 지금도 자연스럽게 책을 가져와서 읽어달라고 저를 찾아와요.
반대로 관심이 없어지면 바로 덮기
대신 책을 펼쳤다고 해서 굳이 끝까지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한 페이지를 읽었는데 다른 장난감으로 흥미가 옮겨가서 자리를 떠난다면 그냥 책을 덮었어요. 이것만 읽자거나, 끝까지 읽어야한다는 말도 하지 않았고요. 제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책 한 권을 완독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즐거운 경험으로 남기는 것이었거든요.
사실 저는 어릴 때부터 책 읽는 것을 좋아했어요.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재미있어서 읽었고, 지금도 여전히 책을 좋아해요. 그래서 아이 역시 책을 공부처럼 느끼기보다 자연스러운 일상의 일부로 받아들이길 바랐어요. 근데 제가 경험해보니 모든 책이 재밌을 수는 없는데, 한번 읽기 시작한 책이라고 해서 읽기 싫은 것을 꾸역꾸역 읽으려고 하면 한동안 독서에서 멀어지더라고요. 물론 성인은 그런 시간도 견디며 독서력이 상승할 수도 있겠지만, 아이에게는 아직 그런 수준을 기대하는 건 무리이니, 아이가 관심을 가지는지가 저에게는 더 중요한 지표였던 것 같아요.
책 읽는 방법도 아이의 발달에 따라 바꾸기
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는 주로 포인팅과 라벨링 위주로 읽어줬어요. 언어 발달 자료를 보면 보호자가 사물의 이름을 반복적으로 말해주는 '라벨링'이 초기 언어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해요. 그래서 아이가 어렸을 때는 주로 "토끼가 있네." "토끼가 깡충깡충 뛰네." 처럼 그림을 가리키며 읽어줬어요.
아이가 조금 자라면 단순히 읽어주는 것보다 질문을 주고받는 상호작용이 언어 발달과 사고력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해요. 그래서 아이가 조금 더 크고 대화를 할 수 있게 된 두 돌 이후부터는 질문이 늘어났어요. “여기 누가 나와?” “토끼가 어떻게 했어?” 같은 질문을 하면서 책을 좀 더 함께 읽는 느낌으로 갔고, 이렇게 하니 아이가 책 내용을 얼마나 인지하고 있는지 판단할 수도 있어서 좋더라고요.
지금 저희 아이는 32개월인데, 지금은 책 읽는 방법이 조금 더 달라졌어요. “OO이라면 어떻게 할 것 같아?” “OO이가 이러면 기분이 어떨 것 같아?” 처럼 아이의 생각을 묻는 대화를 많이 하게 됐어요.
이렇게 제가 책을 읽어줬던 방법을 돌이켜보니 책을 읽는 방식도 아이의 성장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해왔던 것 같네요.
전집은 최소한을 가지고 길게 유지하기
가끔 보면 정말 다양한 전집을 계속 들이는 부모님들도 계시던데, 저는 그렇게는 못했어요. 일단 집이 넓지 않기도 하고요 ㅎㅎ 비용적인 부담도 무시할 수 없었고요 ㅠㅠ 그래서 저는 아이가 완전 아기 때 처음으로 책을 들이고 그 이후에 돌 무렵, 두 돌 무렵 정도로만 크게 업그레이드했어요. 물론 업그레이드 시점이 단순히 나이 때문은 아니었고, 어느 순간 보면 기존 책들을 오랫동안 꺼내지 않는 시기가 있거든요. 그럴 때 새로운 책을 들여주곤 했어요.
돌 무렵에는 돌잡이 명화와 푸름이 까꿍을 들였고, 두 돌 이후에는 베스트 차일드 애플, 도레미곰, 추피 시리즈를 들여서 읽어주고 있어요. 책이 그렇게 다양하지는 않다보니 같은 책을 정말 많이 반복해서 읽었는데요, 부모 입장에서는 같은 책만 반복해서 읽어달라고 하면 지루할 수 있지만, 영유아는 반복을 통해 내용을 예측하고 언어를 익힌다고 해요. 저도 예전에 늘 너무 같은 책만 읽는게 아닐까 걱정한 적도 있었지만, 책육아 관련 책들을 읽어보니 어린 아이들은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는 과정 자체를 즐긴다고 하더라고요. 우리 아이도 이게 이렇게 재밌을까 싶게 한정된 책만 계속 읽더니 두돌 때는 안 보던 책을 요즘 갑자기 다시 꺼내 오는 경우가 자주 생겨서 걱정할 부분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영어책은 조금 다르게 접근하기
영어책은 일반 책과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영어교육을 적극적으로 하는 편은 아니라서 영어책의 목표도 단순해요. 단어 하나라도 해석 없이 영어 자체로 이해하면 충분하다는 것인데요, 어린 아이들은 번역보다 반복적인 노출을 통해 언어의 소리와 패턴에 익숙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그래서 아기 때부터 보던 간단한 단어책과 노부영, Nursery Rhymes 책들을 지금까지도 계속 두고 있어요. 새로운 책을 많이 사기보다 꾸준히 노출하는 쪽에 가까웠죠. 그랬더니 최근 들어 재미있는 변화가 생겼어요. 예전에는 잘 보지 않던 영어책들을 자꾸 가져오더라고요. 제가 읽어주면 따라 말하기도 하고요. 그럴 때면 제가 그림을 가리키며 단어를 연결해주곤 해요. 그러다보면 어느날 알려줬던 단어를 내뱉을 때가 있는데, 그 때의 희열이란! ㅎㅎ 이런 경험을 통해 제가 조급함만 내려놓는다면 영어도 자연스럽게 잘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책을 좋아하는 마음을 지켜주기
이렇게 돌이켜보니 우리 집 책육아에는 특별한 비법 같은 건 없었던 것 같아요.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지 않았고, 책을 가져왔을 때는 기꺼이 읽어줬고, 관심이 없어지면 미련 없이 덮었다 정도였네요. 그리고 책이 늘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존재하도록 했고요.
이 방법이 모든 아이에게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우리 아이에게는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저는 아이가 책을 많이 읽는 아이가 되기를 바라는 건 아닌데요, 대신 책이 공부나 숙제가 아니라 즐거운 놀이이자 자연스러운 일상의 일부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저는 여전히 아이에게 책을 읽자고 먼저 이야기하지는 않아요. 대신 아이가 책을 가져오면 기꺼이 함께 읽어줘요. 앞으로도 우리 집 책육아는 그렇게, 책을 좋아하는 마음을 지켜주는 방향으로 이어질 것 같습니다.